[Hayez] The Kiss / Il Bacio (1895, Oil on Cavas)

2024.08.03 in Milano

[미술관 옆 에디터] 낭만적인 이별인가, 비장한 암호인가? 이탈리아의 국보급 그림, 하예즈의 <키스> 완전 정복

이탈리아 밀라노에 갔다면, ‘최후의 만찬’만큼이나 꼭 봐야 할 그림이 있습니다. 바로 브레라 미술관 37번 방, 가장 눈에 띄는 곳에 걸려 있는 프란체스코 하예즈의 **<키스(The Kiss)>**입니다.

사진 속 관람객께서도 이 그림 앞에서 멋진 포즈를 취해주셨는데요. 언뜻 보면 중세 시대를 배경으로 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낭만적인 사랑 이야기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이 그림 속에는 **당시 이탈리아 사람들의 피 끓는 ‘혁명’과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오늘은 이 아름다운 키스 뒤에 숨겨진 반전 스토리를 풀어드립니다.


1. 작품의 신상 명세서 (Art Profile)

가장 기본이 되는 작품 정보부터 짚고 넘어갈까요?

  • 작품 제목: 키스 (이탈리아어: Il Bacio)
  • 제작 시기: 1859년
  • 제작 장소: 이탈리아 밀라노
  • 기법 및 재료: 캔버스에 유채 (Oil on canvas)
  • 작품 크기: 112 x 88 cm
  • 소장처: 이탈리아 밀라노, 브레라 미술관 (Pinacoteca di Brera)
    • 참고: 사진 속 배경의 짙은 푸른색 벽면은 브레라 미술관의 시그니처 컬러입니다.

2. 화가 정보: 낭만주의의 거장

  • 화가: 프란체스코 하예즈 (Francesco Hayez)
  • 출생: 1791년, 이탈리아 베네치아 (Venice)
  • 활동: 하예즈는 신고전주의에서 낭만주의로 넘어가는 과도기에 이탈리아 미술을 이끈 거장입니다. 베네치아에서 태어났지만, 주 활동 무대는 밀라노였으며 브레라 아카데미의 교장까지 역임했던 당대 최고의 ‘인싸’ 화가였죠.

3. 이 그림이 ‘이탈리아의 국보’인 이유 (예술사적 의미)

단순히 그림을 잘 그려서 유명한 것이 아닙니다. 이 작품은 ‘이탈리아 통일 운동(리소르지멘토, Risorgimento)’의 상징 그 자체이기 때문입니다.

당시 이탈리아는 오스트리아의 지배를 받고 있었고, 독립과 통일을 열망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대놓고 “독립 만세!”를 그렸다간 검열에 걸려 감옥에 갔겠죠? 그래서 하예즈는 정치적 메시지를 ‘연인 간의 키스’라는 낭만적인 포장지로 감싸서 표현했습니다.

즉, 이 그림은 단순한 연애 그림이 아니라, **”조국을 위해 목숨을 바치러 떠나는 독립투사의 마지막 작별 키스”**를 의미합니다.


4. 1859년, 그 시절의 뜨거운 공기 (시대적 배경)

그림이 그려진 1859년은 역사적으로 엄청난 격동의 해였습니다.

  • 제2차 이탈리아 독립 전쟁 발발: 이탈리아(사르데냐 왕국)가 프랑스와 손을 잡고 오스트리아와 전쟁을 치른 해입니다.
  • 솔페리노 전투 (Battle of Solferino): 1859년 6월에 벌어진 이 끔찍한 전투의 참상을 목격한 앙리 뒤낭이 훗날 **’국제적십자사’**를 창설하게 됩니다.
  • 다윈의 <종의 기원> 출간: 과학계에서는 찰스 다윈이 진화론을 발표하며 인류의 세계관을 뒤흔들고 있었습니다.
  • 태양 폭풍 (캐링턴 사건): 역사상 가장 강력했던 태양 지자기 폭풍이 지구를 강타해 전신 시스템이 마비되었던 해이기도 합니다.

이처럼 세상이 천지개벽하던 시기, 이탈리아 사람들은 이 그림을 보며 독립에 대한 의지를 불태웠던 것입니다.


5. 놓치면 후회할 ‘감상 포인트’ 3가지

사진 속 그림을 자세히(줌인해서!) 들여다보세요. 하예즈의 디테일은 정말 소름이 돋습니다.

  1. 실크 드레스의 질감: 여인이 입은 푸른 드레스를 보세요. 만지면 사각거릴 것 같은 실크의 광택이 보이시나요? 하예즈는 옷감 묘사의 천재였습니다.
  2. 남자의 발과 단검: 남자의 왼발을 주목하세요. 계단을 딛고 있죠? 여유롭게 사랑을 나누는 게 아니라, **”급히 떠나야 하는 상황”**임을 암시합니다. 허리춤에는 단검 자루가 살짝 보이는데, 이는 그가 싸우러 나가는 전사임을 보여줍니다.
  3. 왼쪽 구석의 그림자: 왼쪽 아래 어두운 아치형 입구 쪽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보입니다. 이들이 몰래 만나고 있다는 긴장감을 주거나, 혹은 이들을 감시하는 오스트리아 병사의 그림자라는 해석이 있습니다.

6. 그림 속에 숨겨진 ‘색채’의 비밀 (스토리)

이 그림이 재밌는 건 ‘색깔 놀이’ 때문입니다. 하예즈는 등장인물의 옷 색깔로 정치적 암호를 심어놨습니다.

  • 빨간 바지 + (살짝 보이는) 초록색 안감 + 흰 셔츠 = 이탈리아 국기 🇮🇹
  • 푸른 드레스 = 프랑스 국기 🇫🇷 (또는 프랑스 왕실의 상징)

1859년, 이탈리아는 독립을 위해 프랑스의 도움이 절실했습니다. 즉, 이 그림 속 남녀의 결합은 이탈리아와 프랑스의 동맹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입니다. (실제로 이후 프랑스와의 관계가 변하면서 하예즈는 나중에 그린 다른 버전에서는 여자의 드레스를 흰색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7. 함께 보면 좋은 작품 & 추천

이 그림에 매료되셨다면, 다음 작품들도 꼭 찾아보세요.

  • 구스타프 클림트의 <키스>: 하예즈의 작품이 사실적이고 비장하다면, 클림트의 키스는 몽환적이고 관능적입니다. 두 ‘키스’를 비교해 보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 제롤라모 인두노 (Gerolamo Induno): 하예즈와 같은 시기에 활동하며 이탈리아 통일 전쟁의 장면들을 그린 화가입니다. 당시 분위기를 더 깊이 느낄 수 있습니다.
  • 하예즈의 다른 버전 <키스> (1861년 작): 여주인공이 흰색 드레스를 입고 있습니다. 이탈리아 통일이 확정된 후 그려진 것으로, 세 가지 색(빨강, 초록, 흰색)이 더욱 명확하게 이탈리아 국기를 상징합니다.

✨ 에디터의 한 줄 평

“단순한 사랑의 순간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목숨 건 혁명의 맹세였다니. 그림이 다시 보이지 않나요?”

사진 속에서 이 명작과 함께하신 순간이 더욱 특별하게 기억되길 바랍니다. 다음엔 또 어떤 명화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글쓴이: General Oh

Hope to be a Sleeper in the Grass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