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elázquez] Portrait of Pope Innocent X(1650)

Wikipedia(Oil on Canvas, 141 x 119 cm)

레오나르도 다빈치, 렘브란트, 벨라스케스를 3대 초상화가로 꼽는 것에는 미술계에서 이견이 없으며 벨라스케스(Diego Rodríguez de Silva y Velázquez, 1599~1660)가 그린 초상화 中 최고를 고르라면 ‘이노센트10세의 초상화’ 바로 이 작품일 것이다.

이 작품은 로마의 베네치아광장에서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위치한 도리아 팜필리 미술관(Galleria Doria Pamphilj)에 소장되어 있으며 2층의 긴 회랑을 따라 걸어가면 끝단에 위치한 푸른 벨벳으로 감싸진 방에 홀로 걸려 있다.

2025.07.30 in Rome


우리에게는 프라도미술관의 ‘시녀들'(The Maids of Honour)로도 유명한 벨라스케스는 스페인 국왕인 필리페 4세(Philip IV, 1621–1665)의 궁정화가인 Rodrigo de Villandrando이 1622년 사망하면서 당시 왕실 사제였던 Juan de Fonseca y Figueroa (1585-1627)의 추천으로 궁정 화가의 경력을 시작하게 된다.

1628년 벨기에 출신 화가였던 Peter Paul Rubens (1577~1640)이 마드리드로 파견 와서 7개월간 머무르는 동안 두 화가간의 교류가 있었고 그의 권유로 이탈리아로 유학(1629~1631)을 다녀오게 된면서 선보다는 색을 중요하게 다루는 베네치아화파의 영향을 받아 빛의 효과를 표현하는 기법을 익히게 되는데 이 초상화도 이 기법이 잘 표현된 케이스이다.


“너무나 사실적이다!”

교황 이노센트 10세는 성격이 급하고_작품을 직접 마주하게 되면 주인공의 성격을 바로 느낄 수 있다._ 외모에 콤플렉스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벨라스케스는 이런 교황의 권위를 세워 줄 수 있는 화려한 외면과 날카로운 성미의 내면을 동시에 포착하여 그림에 가감 없이 묘사하였다.

처음에 교황은 벨라스케스의 사실주의가 지나치게 냉정하다고 느껴 자신의 초상화 제작을 꺼렸었다고 하나 작품이 완성된 후 이를 본 교황은 “Troppo vero!, 너무나 사실적이다!“라고 감탄을 숨기지 않았으며 이는 단순히 닮았다, 잘그렸다는 의미를 넘어 자신이 숨기고 싶었던 인간적인 고뇌와 성격이 그대로 드러난 것에 대한 인정의 표현이었일 것이다. 교황은 이 작품에 매우 만족하여 벨라스케스에게 금메달과 금사슬을 수여하며 감사를 표했다.

감상 포인트

  • 붉은색의 오케스트라 : 화면 전체를 지배하는 것은 다양한 층위의 ‘Red’다. 교황이 입은 공단 모제타(Mozzetta)의 광택 나는 붉은색, 배경의 묵직한 붉은 커튼, 그리고 의자의 붉은 벨벳이 제각기 다른 질감으로 표현되었다.
  • 심리적 긴장감 : 교황의 눈빛을 주목해야 한다. 그는 관람객을 정면으로 응시하고 있는데, 그 눈빛에는 최고 권력자의 위엄과 동시에 인간적인 불안감이 공존한다.
  • 오른손의 디테일 : 교황이 쥐고 있는 종이에는 벨라스케스의 서명이 적혀 있다. 느슨하게 풀린 듯하지만 힘이 실린 손의 묘사는 벨라스케스의 완숙한 기량을 보여준다.
  • 거친 붓 터치 : 가까이에서 보면 붓 터치는 매우 거칠지만 멀리서 보면 완벽히 실재감있게 표현되어 있으며 이는 후기 인상주의에도 영향을 준다.

미술사적 의미

이 작품은 서양 미술史에서 ‘초상화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티치아노가 확립한 교황 초상화의 전통**을 계승하면서도, 벨라스케스 특유의 자유로운 붓질과 빛의 해석이 더해졌다. 특히 대상의 심리 상태를 꿰뚫어 보는 통찰력은 훗날 Francis Bacon (1909~1992)과 같은 현대 화가들에게도 깊은 영감을 주었다.

**티치아노는 교황을 단순히 신성한 권력자로 묘사하는 전통에서 벗어나, 내면의 심리, 노쇠함, 인간적인 면모를 예리하게 포착하여 표현함으로써 초상화의 차원을 새롭게 정의하였다.

2024.07.29 taken, Francis Bacon, in Basilica Vaticana, Italy


함께 보면 좋은 작품

  • 티치아노, <교황 바오로 3세와 손자들> : 벨라스케스가 이노센트 10세를 그릴 때 가장 큰 영감을 받은 선배 화가의 작품이다.
  • 프란시스 베이컨, <벨라스케스의 ‘교황 이노센트 10세’ 초상화에 따른 연구> : 20세기 거장 베이컨이 이 작품을 재해석하여 그린 ‘비명을 지르는 교황’ 시리즈다. 고전이 현대 미술로 어떻게 변모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 벨라스케스, < 시녀들(Las Meninas) > : 벨라스케스의 최고 걸작으로, 초상화라는 장르를 통해 공간과 시점의 미학을 극대화한 작품이다.
  • 벨라스케스, < 후안 데 파레하의 초상화 > : ‘이노센트10세의 초상화’를 그리기 前 연습으로 그린 노예의 초상화로 이 초상화 덕분에 산 루카 아카데미아 회원 으로 선출되게 한 작품이다.

끝.


글쓴이: General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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