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othing Is True But Everything Is Possible
제목 참 거창하다.
지금(2026년 3월 20일~6월 28일) 서울 국립현대미술관에서는 데미안 허스트展이 한창이다.

허스트가 뜬 계기는 YBA 시절 Freeze(1888)를 기획하면서 찰스 사치(Charles Saatchi, 1943~)와의 인연이 큰 밑거름이었던 것은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하지만 Freeze 당시 사치가 구매한 YBA의 첫 작품은 허스트의 것이 아닌 맷 콜리쇼(Matthew Collishaw, 1966~)의 Bullet Hole이었다.
사치가 허스트의 작품을 처음 구매한 것은 Freeze 2년 뒤의 ‘천년'(1990)이다. 허스트는 Freeze 기획 이후 두번째 전시로 ‘Gambler’을 기획하였고 이 때 본 작품을 내놓았다.

왼편에는 실제 죽은 소의 머리가 피와 함께 바닥에 놓여 있고, 오른편에는 파리들이 날라 다니고 있다. 이 파리들은 중간의 작은 구멍을 통해 소의 머리가 있는 칸으로 넘어 올 수 있지만 넘어 오더라도 재수 없는 파리는 전기 해충퇴치기로 인해 생을 마감할 수 있고 운이 좋은 파리는 소의 피 맛을 볼 수 있는 구조로 구성되어 있다. 작가의 의도는 삶과 죽음의 순환을 시각화한 것이라 해석된다.(평론가들이란…)
2026.03.2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한편 이런 구성의 작품(우리의 상식으로는 벽에 걸 수 있는 그림이나 공원에 놓을 수 있는 조각을 떠올리겠지만)을 누가 사겠나 싶겠지만 사치는 이 작품을 사면서 이 작품의 ‘개념’까지 사버린 것이다. 요즘 현대 미술을 얘기한 ‘개념미술’이라는 것인데…나의 짧은 식견으로는 사실 ‘돈 지랄’을 위한 명분으로 보일 뿐이다.
The Physical Impossibility of Death in the Mind of Someone Living(1991)
일반 대중 입장에서 허스트의 존재를 각인한 작품은 바로 이 ‘상어’일 것이다. 평일 금요일 오후였지만 많은 관람객으로 온전한 작품 자체의 사진을 찍기는 불가능하였다.




이 작품은 1991년 공개 이후 2004년 최초 구매자인 사치로부터 스티븐 코헨(Steven A. Cohen , 1956)이 구매 후 2010년 이후 16년만에 대중에 공개된 것이다.(꼭 가 봐야 할 이유가 생겼지!) 무게가 20톤이 넘어 전시 협의 당시 이 작품의 전시를 제안했을 당시 허스트는 “너무 무거워서 쉽지 않을텐데…” 했지만 데미안은 한국사람을 얕게 봤었나 보다.
참고로 상어는 포름알데히드 용액에 담겨 있는데 이 액체는 같은 용량의 물보다 1.7배 더 무겁다.
For the Love of God(2007)


2026.03.26,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18세기 30세 전후반의 남성 두개골로 추정된다는데 실제로 보면 어린이 머리 만한 크기이다.(옛날 사람들은 발육이 크지 않았었겠지?!) 실제 해골은 아니고 두개골을 백금으로 본을 뜬 뒤 그 본 위에 다이아몬드(8,601개)를 박았다. 하지만 치아는 두개골의 실제 치아를 사용하였다.
이 작품을 얘기할 때 항상 ‘Memento Mori'(죽음일 기억하라.)가 따라오는데 한편으로는 Vanitas** 양식의 현대판이라 볼 수 있겠다.
** Vanitas : 17세기 전후 프랑스, 네덜란드 지역에서 유행한 정물화 장르로 해골, 썩은 과일이나 꽃 등의 정물을 통해 삶의 무상함(=Memento Mori)을 표현함

한편, 허스트의 ‘해골’은 2007년 익명의 투자컨소시엄에게 1억달러에 판매되었다고 알려졌었지만, 최근 그 컨소시엄 안에 ‘허스트’ 본인이 포함되어 있고 실제로는 판매가 안되어 창고에 보관 중이라고 밝혀져 허스트의 ‘도덕성'(장사꾼에 사기꾼)까지 비난 받았다.
Myth.(2010)

지하 B1F 중앙 홀에 이 작품이 높게 전시되어 있다. 반대편은 백색의 유니콘이지만 다른 편은 이렇게 피부 껍질을 벗겨낸 근육 상태를 표현하였다. 실제하지 않는 유니콘의 피부 밑 근육과 혈관을 표현한 것인데 작품에 대한 다양한 해석 중 나는 권위(유니콘)의 본질(별 것도 아닌 것)을 표현하였다는 해석이 가장 와 닿았다.
이 작품은 통상 Legend(2011)와 같이 전시되곤 한다.

The New Arrivals Blossom(2019)

허스트는 대형 설치 작품들을 통해 삶과 죽음에 대한 메세지를 전달해 왔고 이를 통해서 유명해 질 수 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회화에 집중하고 있는 듯하며 이번 전시에서는 자신의 작업실을 옮겨 와 꾸몄는데 역시 회화 중심의 구성이었다.




포스팅된 작품 외 허스트의 많은 대표작들이 한자리에 모인 전시회인 만큼 ‘데미안 허스트’라는 이름을 들어 본_그래도 예술에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것이 분명한_분은 전시에 꼭 한번 다녀오길 바란다. 사실 작품 자체의 아이디어는 유치찬란하지 않나 싶은 수준이지만 작가의 유명세를 통해 ‘현대미술’, ‘개념미술’이라는 고상한 단어가 붙게 된 이상 이렇게 자신의 작품에 가치를 부여할 줄 아는 것도 요즘 현대미술의 실력인 만큼 인정할 필요는 있을 것이다.
참고로 Post Pop-Art 3대 거장으로 데미안 허스트, 제프쿤스(Jeff Koons, 1955~), 무라카미 다카시(むらかみたかし, 1962~)를 꼽는다. 3대 거장인 만큼 그의 작품을 우습게 볼 일은 아닌 것 같다.
끝.
The Fragility of Love(2000), 2026.03.26, 국립현대미술관
